Monthly Archives: February 2008

Closing Time……

이야기 하나> 어제는 어떻게 일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주변에 하는 소리로 “날라다닌” 하루였다. 순식간에 들어온 손님 무리를 주문 받느라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있었고, 한창 음료를 만드느라 바쁜 동료 바리스타를 도우려다가 다시 주문을 받느라 “날라다녀야” 했다. 주문을 다 처리하고 나니 싱크대는 스팀피쳐와 블렌더로 뒤죽박죽이 되었고, 군데군데 쌓인 우유팩, 그리고 너저분해진 (에스프레소)머신 주위를 정리하느라 또 “날라다녔다”. 결국, 전혀 예가 없었던 5분 휴식 요청이 받아들여져 겨우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쉬는 때가 되어서야 다시금 허리의 근육통이 심해졌음을 깨달았다. 한참동안 손님이 들어오지 않아서 일하는 것 같지도 않게 일을 하고 퇴근할 줄 알았더니, 제대로 역습을 허용했다.

이야기 둘> 바리스타는 사실 외로움 그리고 소외됨과 싸워야 하는 직업이다. 물론 이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므로 반론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바리스타가 되려고 하면서 매번 이력서에 썼던 대목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많은 직장동료를 만났고, 그의 몇 배를 넘는 수많은 손님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내 앞에 서있지 않다 싶을 때에는 어김없이 “난 또 혼자 서있다”는 불안감이 피로감과 함께 몰려들었다. 이것은 정신없이 바쁘게 뛰어다닌 뒤에 찾아온 피로감에 맞먹는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똑같이 피로를 느끼면서도 바쁘게 일한 날에는 “이야~ 그래도 오늘 빡세게 뛰었구나”는 보람을 느끼며 피로를 달랠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이 없이 한가한 날에는 외로움을 위시한 잡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가와 일하고 싶어하는 욕구마저 날려버릴 때가 있다. 지금 내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내 곁에서 나를 위로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마음속의 혼돈이다.

이야기 셋> 동료 바리스타의 여자친구와 그 친구가 찾아왔다. 여자친구 보고 싶다고 엄살 부리더니, 드디어 찾아온건가? 정신없이 일하는 가운데에도 내심 여자친구가 찾아왔다는 사실 자체로도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르겠다. 문 닫는 그 순간 까지 기다려주는, 그리고 장난도 치면서 그 남자친구를 달래주는 여자친구라는 존재. 더 대단한 것은 여자친구와 동료 바리스타의 집의 위치가 완전 극과 극인데도, 끝까지 여자친구를 택시에 동승해서 바래다 주겠다는 그 바리스타의 성의였다. 여자친구 있으면 돈 깨진다는 소리가 딱 들어맞는 상황. 좋겠다……

이야기 넷> 버스 한 대가 승차거부를 하고 그냥 지나가는 바람에 결국 집으로 가는 마지막 시내버스를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미 나는 앞선 버스에서 소스라칠 정도의 떨림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것을 잊기 위해 책에 매달렸지만, 책의 활자마저 나를 거부해버릴 만큼 떨림은 내 몸을 완전히 감싸버렸다. 몸살이었다면, 아니 차라리 독감에 걸려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퇴근길에 사무치는 외로움과 허무함이 머리속을 가득 채워버렸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내 머리속을 스쳐지나간 순간, 난 내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은 경험을 하였다. 전에 없었던, ‘그 아이’의 생각에 내 온 몸이 마비되어버릴 듯한 느낌. 대체 이건 뭐지? 난 이런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단 말야!

이야기 다섯> 어떤 이가 “남여를 막론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성적인 감정같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멋진 점을 닮고 싶어하는 감정“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남자이다보니 적어도 남자에 대해서는 분명히 맞다고 말할 수 있다. 역대로 선임으로 있었던 남자 바리스타 중에 – 선임으로 있던 여자 바리스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 멋지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프라이드를 가졌으며, 프라이드가 부족하다 하더라도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모든 이들의 본보기가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한 모습은 예외없이 존경심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나도 짬밥이 차면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가장 존경했던 사람은 지금은 퇴사해서 소식이 끊어졌지만. 싸이월드 일촌이라도 맺자고 했던 사람인데, 싸이를 안 한다는 이유로 마다했던 것이 후회된다. 문제는 그 대상이 여성인 경우에는 ‘닮고 싶어하는 감정’에 ‘이성적인 감정’이 꼭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잔득 발정난 개가 암컷을 찾아 눈을 번득이는 것과 다를 것 없는 내 모습은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이어온 모습이었다. 물론 티를 내보인 적은 없지만. 그래서 여짓것 솔로로 살아왔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면서 후회를 해본 적은 없었다. 뭐, 내 짝이 아닌가 보지. 저렇게 멋진 사람이니까 남자친구도 잘 사귀고, 잘 먹고 잘 사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 여섯> 그래도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혼자 좋아하는것…… 너무 힘들어 미칠 것 같다…… 다른 사람 한테는 그러지 않았는데, ‘그 아이’한테는 왜 그게 안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