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나갔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찾아왔지만, 내가 그에게 건넨 말은 두 번의 “안녕”이 유일했다.
더이상 패기 넘치고 열성적이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온몸으로 세월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주려 하였다.
나는 오로지 감당할 수 없는 그 무게만을 바라보았다.
다른 것들은 바라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가 떠나려 한다.
오랜 시간을 달빛과 어울려 함께 보냈던 그를 내가 보내려 한다.
때로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역할이었고 때로는 이야기를 감싸두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차양막이 달빛을 가리는 것이 겁이나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도 이제 세월을 이야기 하며 내 곁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나는 무엇인지는 몰라도 세월 이상의 또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잃어버렸다.
10년을 넘어 평생 친구가 될 것이라 믿었던 그를 잃어버렸다.
기계적인 비트에 취해 잠들기를 좋아했던 그와의 육체적 거리가 멀어졌다.
육체적 거리가 멀어지자 정신적 거리도 덩달아 멀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를 볼 수 있던 기회를 서로가 멀다는 이유로 걷어차버렸다.
그렇게 그를 잃어버렸다. 이제는 그를 잊어버릴 차례이다.

그와 헤어졌다.
새로운 만남에 들떠있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내가 먼저 지쳐버렸다.
너에게 지쳤던 것 같지는 않다. 너의 안에 있었던 흐름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나혼자 지친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지쳤다는 이유로 너를 떠나버렸다.
다시 너와 만나고 싶지만, 너와의 만남은 엄청나게 짧은 시간으로만 허락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만날 기약 조차 사라지고 있다.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가 나를 떠나간다고. 그가 나를 외면한다고.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그는 내 앞에서 등을 돌리지 않았다고.
오히려 내가 그들을 버리고, 외면하고, 등을 돌렸고…… 그리고 떠나버렸다고.
그렇게 나는 그에게서 이방인으로 기억에 남겠지.

그리고, 나는 또 누군가의 이방인이 되려 한다.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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